봄봄

1.
여행 중에 여자는 남자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.
하지만 전화기에서는 이미 지워진 번호.
잊으려 애쓴 날이 오래되었으니까요.
기억을 더듬어 메시지를 보내며 여자는 생각했습니다.
- 이게 전해진다면 운명일 거야.
그런데 정확히 3분 뒤 답이 왔어요.
정말 운명인 걸까요.

2.
술에 취한 남자는 말했습니다.
- 필연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.

필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
여자가 왜 이리 멀고 어려운 길을 걸어왔을까요.
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받아 들였을 뿐.
피할 수 있었다면 여자는 울지도 않았을 거에요.

남자는 말했습니다.
-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었어.
여자는 말하지 못했어요.
- 내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 당신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에요.
대신 여자는 물었습니다.
- 지금 어디에요?
남자는 자신의 주소를 불러주었고
오래 길을 잃었던 여자의 마음은
마침내 집을 찾았습니다.

3.
여자가 힘이 든다고 말하면 남자가 대답합니다.
- 힘을 내요.
햇빛이 좋다고 말하면 남자는 대답하겠죠.
- 그러게. 좋다.
대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따뜻함.
의심하지 않고, 시험하지 않고
운명을 믿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하며
봄날의 여자는 말합니다.
- 고마워요.

-정현주

by Rainee | 2009/06/17 12:56 | Emotional | 트랙백 | 덧글(1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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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아이 at 2009/06/17 13:49
따스하네요.. 이런 해피엔딩이 좋아요. 정말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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